조선소에서 하루 작업은 보통 TBM으로 시작합니다. 관리자가 작업내용과 안전수칙을 설명하고 작업자들이 확인한 뒤 현장으로 이동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해 보니 TBM을 했다는 사실보다 무엇을 확인했는가가 훨씬 중요했습니다. 전날과 같은 작업이라도 작업장 상태, 주변 공정, 장비 배치와 작업자가 달라지면 위험요인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TBM은 서명을 받기 위한 아침 행사가 아닙니다. 오늘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작업 전에 찾아내는 첫 번째 안전장치입니다.

TBM이란 무엇인가?
TBM은 Tool Box Meeting의 약자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작업내용, 위험요인과 안전대책을 작업자들이 함께 확인하는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위험성평가에서 확인된 위험요인과 개선대책을 TBM을 통해 현장 작업자에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서류에 위험요인이 잘 정리돼 있어도 작업자가 내용을 모르거나 작업방법에 반영하지 않으면 사고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작업인데도 위험이 달라지는 이유
조선소 작업은 매일 같은 장소와 조건에서 반복되지 않습니다. 블록이 이동하고 발판이 설치되거나 해체되며, 케이블과 가스호스의 위치도 달라집니다.
어제는 안전하게 작업했던 장소가 오늘은 위험한 장소로 변할 수 있습니다.
- 상부에 다른 작업자가 들어와 동시작업이 시작된 경우
- 용접작업 주변에 도료나 비닐 등 가연물이 반입된 경우
- 발판이나 안전난간 일부가 작업 때문에 해체된 경우
- 지게차와 고소차의 이동 경로가 변경된 경우
- 새로운 작업자나 지원 인력이 투입된 경우
- 비·강풍·고온 등 작업환경이 달라진 경우
- 정비 후 장비나 설비의 상태가 달라진 경우
TBM에서는 오늘 달라진 조건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용접작업 전 반드시 확인할 내용
자동용접과 수동용접 작업을 하면서 가장 위험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용접기 자체만이 아니었습니다. 불티가 떨어지는 방향, 이면의 상태, 케이블이 놓인 위치와 주변 공정이 사고를 만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용접부 반대쪽과 하부에 도료, 비닐, 보온재, 목재 등 가연물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용접 불티와 슬래그가 불받이포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용접 케이블의 피복 손상, 접속부 노출, 접지 상태와 전격방지장치 상태를 확인합니다.
호스의 균열·눌림·절단과 연결부의 누설 가능성을 확인합니다.
도장, 세척, 탱크 밀폐, 상부작업과 동시에 진행되는지 확인합니다.
소화기를 즉시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통로에 케이블이나 자재가 놓여 있지 않은지 살펴봅니다.
자동용접 작업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
자동용접은 작업자가 토치를 직접 들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동용접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장비가 움직이는 동안 토치, 케이블, 와이어, 플럭스 공급장치와 작업자가 함께 이동하므로 다른 위험이 발생합니다.
- 장비 이동 구간에 작업자나 장애물이 있는가?
- 레일과 주행부 주변에 발이 끼일 위험은 없는가?
- 와이어 송급부와 회전체의 방호상태는 정상인가?
- 용접 케이블과 제어선이 구조물에 걸리지 않는가?
- 플럭스 공급과 회수 상태는 정상인가?
- 비상정지장치에 즉시 접근할 수 있는가?
- 장비 이상 발생 시 누가 정지시키고 조치할 것인가?
저도 처음 자동용접 공정에 배치됐을 때 플럭스 공급 확인을 놓친 경험이 있습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했지만, 그 이후에는 작업 시작 전에 플럭스 잔량과 공급호스, 토치 위치, 용접조건을 순서대로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혼재작업은 반드시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조선소에서는 좁은 블록과 선박 내부에서 여러 직종이 동시에 작업합니다. 용접작업자는 자신의 작업만 보고 있어도 주변에서는 도장, 사상, 전기, 배관, 양중작업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조합은 TBM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용접·절단 + 도장작업: 인화성 증기에 불티가 닿으면 화재·폭발 위험이 있습니다.
- 상부작업 + 하부작업: 공구와 자재의 낙하 위험이 있습니다.
- 양중작업 + 주변작업: 인양물의 낙하·회전·충돌 위험이 있습니다.
- 밀폐공간 + 용접작업: 용접흄과 산소결핍 위험이 커집니다.
- 지게차 운행 + 보행작업: 사각지대에서 충돌 위험이 발생합니다.
작업자가 주의하는 것만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TBM은 작업자가 말합니다
형식적인 TBM에서는 관리자가 준비한 내용을 읽고 작업자는 듣기만 합니다. 이런 방식은 작업자가 알고 있는 실제 위험요인을 놓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용접하고 장비를 운전하는 작업자는 서류에 나타나지 않는 위험을 알고 있습니다.
- “어제 이 구간에서 케이블이 구조물에 걸렸습니다.”
- “이면에 비닐 포장재가 있어 먼저 제거해야 합니다.”
- “장비 주행 중 바퀴가 한쪽으로 끌립니다.”
- “상부에서 사상작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 “대피통로에 자재가 적치되어 있습니다.”
이런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야 TBM이 제대로 작동합니다. 작업자의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면 위험요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할 기회가 없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TBM 진행 순서
작업명만 말하지 말고 작업 장소, 범위, 사용 장비와 진행 순서를 공유합니다.
전날과 달라진 설비, 발판, 자재, 통로와 주변 공정을 찾습니다.
모든 안전수칙을 나열하기보다 오늘 발생할 가능성이 큰 위험을 우선합니다.
누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조치할 것인지 명확하게 결정합니다.
작업 경험, 아차사고와 장비 이상 여부를 작업자에게 직접 질문합니다.
해결되지 않은 위험요인을 남겨둔 채 작업을 먼저 시작하지 않습니다.
TBM에서 사용할 질문 10가지
- 오늘 작업장소와 작업범위는 어디까지인가?
- 어제와 달라진 작업조건은 무엇인가?
- 상부와 하부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작업은 없는가?
- 용접과 도장 등 혼재해서는 안 되는 작업이 있는가?
- 개구부와 발판, 안전난간 상태는 정상인가?
- 용접 이면과 하부에 가연물이 없는가?
- 사용할 장비와 전선, 가스호스에 이상은 없는가?
- 인양물이나 중장비의 이동 경로와 겹치지 않는가?
- 작업 중 이상이 발생하면 누가 작업을 중지시키는가?
- 비상시 대피로와 구조·신고 방법을 알고 있는가?
마무리
TBM은 길게 한다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 오늘 작업과 관계없는 내용을 반복하면 작업자는 집중하지 못합니다.
짧더라도 작업장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작업자가 위험요인을 말하며, 필요한 조치를 완료한 뒤 시작하는 TBM이 효과적입니다.
조선소의 작업조건은 매일 달라집니다. 그래서 TBM도 어제 내용을 그대로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달라진 위험을 찾아내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① TBM은 작업 전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회의입니다.
② 어제와 달라진 작업조건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③ 용접 이면, 불티 비산, 혼재작업과 대피로를 확인합니다.
④ 관리자가 설명하는 데서 끝내지 말고 작업자가 참여해야 합니다.
⑤ 해결되지 않은 위험요인이 있다면 조치 후 작업을 시작합니다.
NADAY WELDING LAB
나데이 용접연구소
용접으로 세상을 잇다.
참고자료
- 고용노동부 —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가이드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 작업 전 안전점검 및 위험성평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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