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면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용접 불티가 작업자의 바로 옆으로 떨어졌거나, 인양 중인 부재가 예상보다 크게 흔들렸거나, 발판 위에 놓인 공구가 하부로 떨어졌지만 사람을 비껴간 경우입니다.
결과적으로 다친 사람이 없으니 작업을 다시 시작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하지만 안전관리 관점에서는 이런 상황을 단순한 행운으로 끝내면 안 됩니다.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차사고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소에서 경험하는 아차사고
조선소 현장은 용접·절단·도장·양중·고소·밀폐공간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업자 한 사람의 행동뿐만 아니라 상부와 하부 작업, 주변 공정, 장비 이동까지 서로 영향을 줍니다.
현장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아차사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용접 불티나 슬래그가 불받이포 밖으로 떨어진 경우
- 절단작업 이면에 있던 비닐이나 보온재에서 연기가 발생한 경우
- 발판 위의 공구가 떨어졌지만 하부 작업자를 비껴간 경우
- 인양 중인 부재가 회전하면서 주변 구조물에 부딪힐 뻔한 경우
- 지게차가 후진하면서 보행자를 늦게 발견한 경우
- 개구부 주변에서 작업자가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은 경우
- 손상된 전선이나 용접 케이블을 사용 직전에 발견한 경우
- 밀폐공간에 들어가기 전 산소농도 측정이 누락된 경우
사람이 다치지 않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할 조건이 형성됐다면 반드시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플럭스 공급을 놓쳤던 첫 실수
제가 처음 주판 자동용접 공정에서 일할 때 기억에 남는 실수가 있습니다. SAW 작업을 준비하면서 플럭스 공급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입니다.
장비는 움직이고 있었지만 용접부를 보호해야 할 플럭스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초기에 이상을 발견해 더 큰 품질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용접부 결함, 재작업, 장비 정지뿐만 아니라 작업자가 용접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화상이나 감전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
안전장치나 작업자의 순간적인 대응, 또는 우연으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고 전 단계입니다.
이후에는 작업 시작 전 플럭스 잔량, 공급호스, 회수장치, 진행 방향과 용접조건을 순서대로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한 번의 실수가 개인의 경험으로만 남지 않고 작업 전 확인항목으로 연결돼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습니다.
하인리히의 1:29:300 법칙
안전교육에서 자주 다루는 하인리히 법칙은 중상 또는 사망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에 경상사고 29건과 무상해 사고 300건이 존재한다는 개념입니다.
29 — 경상사고
300 — 상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고
이 비율을 모든 사업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절대적인 공식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큰 사고가 갑자기 아무런 징후 없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조선소에서도 반복되는 불안전한 상태와 행동을 방치하면 언젠가는 사람이 다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운이 좋아 피해가 없었을 뿐, 위험요인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아차사고를 그냥 넘기게 되는 이유
현장에서 아차사고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데에는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니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보고하면 작업이 중단되거나 책임을 추궁당할까 걱정합니다.
- 공정이 바빠 원인을 확인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오랫동안 같은 방식으로 작업했으니 괜찮다고 판단합니다.
- 위험요인을 발견했지만 다른 작업자가 조치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고하지 않은 아차사고는 없어진 것이 아니라 기록되지 않은 채 현장에 남아 있는 위험입니다. 같은 설비, 같은 작업방법, 같은 작업환경이 유지된다면 다음에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발견 즉시 해야 할 행동
추가 사고 가능성이 있다면 생산이나 공정보다 위험 통제가 먼저입니다.
주변 작업자가 같은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접근을 막고 상황을 알립니다.
누가 잘못했는지를 찾기 전에 무엇이 위험했는지를 정확히 전달합니다.
작업자의 행동만 지적하지 말고 작업방법, 장비, 작업환경, 교육과 관리체계까지 확인합니다.
불받이포 보완, 가연물 제거, 케이블 교체, 방호시설 설치 등 위험요인이 제거됐는지 확인합니다.
같은 공정과 유사 작업에서도 재발할 수 있으므로 TBM과 위험성평가에 반영합니다.
작업자가 참여해야 위험요인이 보입니다
조선소 작업의 위험은 서류만으로 모두 찾기 어렵습니다. 용접 토치가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 슬래그가 어디로 떨어지는지, 케이블이 어떤 통로를 지나가는지는 실제 작업자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험성평가는 담당자가 혼자 작성하고 작업자가 서명하는 절차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작업자는 자신이 경험한 아차사고와 불편한 작업방법을 이야기하고, 개선조치가 실제 현장에서 가능한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체계에서도 위험성평가 과정의 근로자 참여와 결과 공유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TBM에서 확인할 질문
- 어제 작업 중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은 없었는가?
- 오늘 작업장 주변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공정은 무엇인가?
- 용접과 도장 등 혼재해서는 안 되는 작업이 있는가?
- 상부와 하부에서 동시작업이 이루어지는가?
- 개구부, 발판, 안전난간에 변경된 부분은 없는가?
- 가연물과 불티 비산 범위를 확인했는가?
- 사용할 장비와 케이블에 손상은 없는가?
- 비상시 대피로와 연락방법을 알고 있는가?
TBM은 관리자가 안전수칙을 읽어주는 시간이 아닙니다. 작업자가 위험요인을 말하고, 작업방법을 함께 결정하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마무리
조선소에서 큰 사고를 막는 출발점은 거창한 설비가 아닐 수 있습니다. 작업자가 “조금 전 위험했다”고 말했을 때 그 말을 흘려듣지 않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는 결과에 안심하지 말고, 왜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작은 이상을 기록하고 작업방법을 바꾸는 과정이 다음 사고를 막습니다.
① 아차사고는 피해만 발생하지 않은 사고 전 단계입니다.
② 인적 피해가 없어도 작업을 멈추고 위험요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③ 작업자의 경험을 위험성평가와 TBM에 반영해야 합니다.
④ 개인의 실수를 지적하는 데서 끝내지 말고 설비·환경·절차까지 개선해야 합니다.
⑤ 같은 위험이 반복되지 않도록 유사 공정에 공유해야 합니다.
NADAY WELDING LAB
나데이 용접연구소
용접으로 세상을 잇다.
참고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 위험성평가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 위험성평가 결과의 근로자 공유
- 고용노동부 —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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